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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닉스 평창 백야 라이딩 (파노라마 슬로프, 아이스반, 차박)

by chey29 2026. 3. 30.

휘닉스 평창 백야 라이딩 (파노라마 슬로프, 아이스반, 차박)
휘닉스 평창 백야 라이딩 (파노라마 슬로프, 아이스반, 차박)

주간 슬로프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휘닉스 평창 파노라마 슬로프에서 백야 라이딩을 직접 경험한 뒤, 이 통념이 얼마나 일면적인지 깨달았습니다. 물론 야간에는 시야 확보의 어려움과 아이스반(Ice Ban) 형성이라는 변수가 존재합니다. 여기서 아이스반이란 낮 동안 녹았던 눈이 밤 기온에 다시 얼어붙어 형성되는 빙판을 뜻합니다. 하지만 2.4km에 달하는 광활한 파노라마 슬로프를 텅 빈 상태로 독점하며 누리는 자유로운 프리라이딩(Free Riding)의 쾌감은, 주간의 혼잡함 속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매력입니다.

텅 빈 파노라마 슬로프에서 펼치는 극한의 카빙 라이딩

휘닉스 평창의 시그니처 코스인 파노라마 슬로프는 국내 스키장 중에서도 최상급 길이를 자랑합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강원권 주요 스키장의 평균 최장 슬로프 길이는 1.8km 수준인데(출처: 한국관광공사), 휘닉스 평창은 이를 크게 상회하는 2.4km 규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간에 이 슬로프를 타본 분들은 알겠지만, 리프트 대기 시간만 평균 15분 이상 소요되고 슬로프 곳곳에서 초보자들과의 충돌 위험을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백야 시간대, 그러니까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 2시 사이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저는 지난 시즌 총 8회의 백야 라이딩을 진행했는데, 매번 곤돌라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텅 빈 캐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주간에는 상상도 못 할 광경이 펼쳐집니다.

제가 직접 측정한 바로는 슬로프 폭 약 50m 구간을 온전히 제 것으로 활용하며 롱 카빙(Long Carving)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롱 카빙이란 스노보드의 엣지를 눈에 깊게 박아 넣으며 긴 호를 그리듯 턴하는 고급 기술을 말합니다. 주간에는 다른 라이더들과의 간격을 고려해 턴 반경을 7~10m 정도로 제한해야 하지만, 백야에는 20m 이상의 대형 턴도 거침없이 구사할 수 있습니다. 데크를 거의 지면에 눕히다시피 하며 하체에 체중을 실어 앵귤레이션(Angulation) 자세를 극대화할 때, 엣지가 눈을 파고드는 저항감과 함께 폭발적인 가속이 이어지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백야 라이딩의 또 다른 장점은 설질 변화입니다. 주간에는 기온 상승으로 눈이 녹아 슬러시(Slush) 상태가 되는데, 이는 보드의 활주를 방해하고 컨트롤을 어렵게 만듭니다. 반면 야간에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기온 덕분에 눈이 다시 단단하게 뭉쳐지면서 엣지가 정확하게 박히는 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차이는 단순한 설질 변화를 넘어 라이딩 퀄리티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는 결정적 요소였습니다.

핵심 백야 라이딩의 장점:

  • 대기 시간 제로: 곤돌라와 리프트를 즉시 탑승 가능
  • 넓은 공간 활용: 슬로프 전체 폭을 활용한 대형 턴 가능
  • 최적 설질: 단단하게 뭉친 눈으로 정확한 엣지 컨트롤
  • 정신적 여유: 충돌 걱정 없는 집중력 극대화

백야 라이딩의 양날의 검, 아이스반 대응 전략

하지만 백야 라이딩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바로 아이스반 형성입니다.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야간 라이딩 시 부상 발생률은 주간 대비 약 1.8배 높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출처: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이는 대부분 아이스반에서의 엣지 이탈과 시야 제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저 역시 이 부분에서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첫 백야 라이딩 때, 주간처럼 과감하게 속도를 냈다가 코너 구간에서 갑자기 나타난 투명한 얼음판에 엣지가 완전히 털리며 그대로 미끄러진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헬멧과 엉덩이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어서 큰 부상은 면했지만, 그 순간의 공포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야간 조명은 슬로프를 밝혀주지만 얼음의 광택까지 완벽하게 구분해 주지는 못합니다.

이후 저는 백야 라이딩 시 몇 가지 안전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우선 야간 전용 고글 렌즈를 반드시 착용합니다. 옐로우나 클리어 계열 렌즈는 적은 빛을 증폭시켜 시야를 확보해 주는데, 이는 로우 라이트 컨디션(Low Light Condition)에서 필수적입니다. 여기서 로우 라이트 컨디션이란 조명이 부족한 환경을 뜻하며, 이럴 때는 일반 선글라스형 렌즈로는 지형지물 구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속도 조절이 핵심입니다. 주간에 시속 60km로 내려갔다면 야간에는 40~45km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슬로프 중간 중간 평탄한 구간이 나타날 때는 아이스반 형성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전에 미리 속도를 줄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합니다. 제가 체득한 노하우는 턴할 때 엣지를 깊게 박기보다는 적당한 압력으로 여러 번 짧게 턴하는 쇼트 턴(Short Turn) 위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설령 아이스반을 만나더라도 엣지가 이탈하는 순간 빠르게 자세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보호 장비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헬멧, 손목 보호대, 엉덩이 패드, 무릎 보호대는 백야 라이딩의 기본 세팅입니다. 저는 여기에 척추 보호대까지 추가로 착용하는데, 무게감이 다소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불편함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보호대를 풀세팅하고 나니 오히려 심리적 안정감이 생겨서 더 과감한 라이딩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백야 라이딩 후에는 휘닉스 평창 리조트의 복잡함을 벗어나 경기도 광주시의 한적한 노지로 이동해 차박을 즐깁니다. 번거로운 텐트 설치 없이 차량 안에서 난방을 켜고 침낭에 들어가면, 몇 시간 전까지 온몸을 뜨겁게 달궜던 아드레날린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깊은 이완이 찾아옵니다. 차 안에서 아이폰으로 '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 게임을 하며 '피니트 인칸타템(Finite Incantatem)' 주문의 효과가 상대 마법 무력화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소소한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제가 과거 직접 디자인했던 이지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값비싼 최신 장비를 긁어대는 대신, 그렇게 아낀 돈을 매달 10만 원씩 아이 통장에 이체할 때 느끼는 뿌듯함이야말로 진짜 수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백야 라이딩은 분명 위험 요소가 존재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안전 수칙 준수를 전제로 한다면 주간 라이딩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극한의 자유와 쾌감을 선사합니다. 텅 빈 2.4km 파노라마 슬로프를 독점하며 밤하늘 아래에서 펼치는 프리라이딩은, 잠을 포기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겨울 스포츠의 정점입니다. 다만 아이스반 대응 능력과 적절한 보호 장비는 필수이며, 과신은 금물입니다. 안전과 스릴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야말로 백야 라이더의 진정한 실력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jhFiS5vm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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