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작년 겨울 스노우보드를 처음 시작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정말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장비 하나를 사려고 해도 가격 비교부터 시작해서 사이즈 확인까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제 발 사이즈가 260mm로 평균에 가까운 편인데, 막상 오프라인 매장에 가보면 원하는 디자인의 제 사이즈는 이미 품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 자체가 수요보다 적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온라인 가격과 오프라인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결국 사이즈를 맞춰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자들이 어떤 순서로 장비를 구매하는 게 효율적인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시즌권이 최우선인 이유
스노우보드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보통 보드나 보드복부터 사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가장 먼저 구매해야 하는 건 시즌권입니다. 여기서 시즌권이란 해당 시즌 동안 특정 스키장의 리프트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을 의미합니다.
왜 시즌권이 먼저냐고요? 스노우보드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최소 4일은 타봐야 합니다. 1일 리프트권이 평균 7만 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4일만 타도 28만 원이 듭니다. 반면 대부분의 스키장 시즌권은 50만 원 전후면 구매할 수 있어서, 7~8회 정도만 방문해도 본전을 뽑을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제가 작년에 구매한 시즌권은 48만 원이었는데, 결과적으로 15회 정도 방문했으니까 1회당 3만 원 정도로 이용한 셈입니다.
더 중요한 건 심리적인 부분입니다. 1일 리프트권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돈이 아까워서 무리하게 타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고, 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즌권이 있으면 "오늘은 2시간만 타고 가자", "날씨 좋을 때 다시 오자" 이런 여유가 생깁니다. 실력 향상에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보호대와 보드복 선택의 핵심
두 번째로 구매해야 하는 건 엉덩이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입니다. 스노우보드를 배울 때는 넘어지는 게 당연한데, 보호대가 없으면 넘어짐 자체가 두려워져서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특히 초보자들은 뒤로 넘어질 때 꼬리뼈를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호대를 고를 때 주의할 점은 스펀지형이 아닌 단단한 젤리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젤리형 보호대란 충격 흡수용 젤 패드가 들어간 제품을 말하는데, 스펀지형보다 충격 분산 효과가 훨씬 뛰어납니다. 꼬리뼬 패드가 따로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처음에 샀던 저렴한 보호대는 스펀지형이었는데, 몇 번 넘어지니까 이미 푹 눌려서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결국 파워텍트 같은 브랜드의 제품으로 다시 구매했습니다.
세 번째는 보드복과 고글입니다. 스노우보드 실력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많이 타는 겁니다. 그런데 렌탈 보드복은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입고 벗는 것도 번거롭습니다. 예쁜 보드복과 고글이 있으면 스키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집니다. 심리적인 부분이지만, 실제로 저도 새 보드복을 사고 나서 방문 횟수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보드복을 구매할 때는 다음 항목을 반드시 체크하세요:
- 시즌권을 넣을 수 있는 팔 주머니가 있는지 확인
- 방수(워터프루프) 지수가 10,000mm 이상인지 확인
- 보온재(인슐레이션) 두께가 너무 얇지 않은지 확인
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보드복은 정말 빨리 품절된다는 겁니다. 특히 인기 있는 디자인은 시즌 초반에 나오자마자 바로 동나버립니다. 보편적인 사이즈를 입는 분이라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는 즉시 구매하는 걸 추천합니다.
부츠와 장갑은 실용성 중심으로
네 번째는 부츠입니다. 부츠는 브랜드마다 발 모양(라스트)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신어보고 구매해야 합니다. 여기서 라스트란 신발을 만들 때 기준이 되는 발 모양의 틀을 말하는데, 같은 사이즈여도 브랜드에 따라 발등 높이나 발볼 너비가 달라집니다. 렌탈 부츠는 남이 신던 것이라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고, 매번 빌리는 절차도 번거롭습니다.
초보자는 조금 크더라도 편한 부츠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발이 아프면 집중도 안 되고 금방 지칩니다. 보아 시스템(다이얼을 돌려서 조이는 방식)이 있는 제품을 추천하는데, 끈을 일일이 묶는 것보다 훨씬 편합니다. 제 경험상 부츠를 개인 소유하고 나서 스키장 방문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다섯 번째는 장갑과 헬멧입니다. 좋은 장갑은 방수와 보온에서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손이 젖고 추워지면 더 이상 타고 싶지 않아집니다. 벙어리 장갑(손가락이 나뉘지 않은 형태)이 일반 장갑보다 보온 효과가 좋습니다. 장갑을 고를 때는 고어텍스(Gore-Tex) 같은 방수 소재가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세요.
헬멧은 초보자에게 필수지만, 처음엔 렌탈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개인 구매를 결정했다면 고글과 같은 브랜드로 맞추면 핏(착용감)이 더 좋습니다. 제가 처음 샀던 헬멧은 머리 뒷부분이 계속 눌려서 두통이 왔는데, 나중에 브랜드를 바꿔서 다시 샀습니다.
데크와 바인딩은 마지막 순서
가장 마지막이 데크(보드판)와 바인딩(발을 고정하는 장치)입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비싼데, 합쳐서 보통 80만 원 이상입니다. 처음부터 구매하기보다는 중고 '막데크'를 저렴하게 구하거나, 지인에게 무료로 받아서 한 시즌을 타보는 게 좋습니다. 스노우보드가 정말 내게 맞는 운동인지 확인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시즌 동안 타다 보면 내 라이딩 스타일이 정해집니다. 프리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카빙을 즐기는지에 따라 필요한 데크의 스펙이 완전히 다릅니다. 시즌이 끝날 무렵(보통 3~4월)에 샵에서 다음 시즌 장비를 예약 구매하면 20~30% 정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저도 이 방법으로 정가 120만 원짜리 장비를 85만 원에 구매했습니다.
다만 제가 장비를 구매하면서 가장 불쾌했던 경험은 리셀러들 때문이었습니다. 인기 있는 장비를 대량으로 사서 품절되면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원했던 특정 브랜드의 바인딩은 출시 직후 바로 품절됐는데, 알고 보니 리셀러들이 독점 구매를 해버린 거였습니다. 결국 정가보다 15만 원이나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량 제작되는 인기 제품일수록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데, 정말 올바르지 않은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추가 장비를 소개하자면, 세나 같은 블루투스 인터컴은 음악을 들으면서 탈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바라클라바(목까지 덮는 마스크)는 추운 날씨에 필수이고, 특히 여성용은 머리를 편하게 뺄 수 있는 디자인이 따로 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스노우보드 장비는 한 번에 다 사려고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단계적으로 구매하는 게 현명합니다. 시즌권부터 시작해서 보호대, 보드복, 부츠 순으로 갖추고, 마지막에 데크와 바인딩을 구매하면 경제적 부담도 줄이고 만족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편적인 사이즈를 입는 분이라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는 즉시 구매하는 게 후회하지 않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