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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라이딩 (스노보드 그라운드 트릭, 알리 널리, 연속성)

by chey29 2026. 4. 7.

스위치 라이딩 (스노보드 그라운드 트릭, 알리 널리, 연속성)
스위치 라이딩 (스노보드 그라운드 트릭, 알리 널리, 연속성)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레귤러 스탠스로 중급 슬로프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스위치 라이딩을 너무 우습게 봤습니다. 그냥 반대로 타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뒷발을 앞발로 삼아 데크를 밀어내려는 순간 제 하체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엣지를 어디에 걸어야 할지 모르겠고, 턴을 시도하면 역엣지에 걸려 눈밭에 머리부터 처박히는 굴욕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라운드 트릭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스위치 라이딩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사실을, 알리와 널리를 연습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라운드 트릭에서 스위치 라이딩이 필수인 이유

스노보드의 그라운드 트릭은 평지나 완만한 경사에서 데크의 탄성을 이용해 점프하는 기술인데, 여기서 핵심은 바로 '알리(Ollie)'와 '널리(Nollie)'입니다. 알리는 테일을 눌러 반발력으로 뛰어오르는 기본 점프 기술이고, 널리는 반대로 노즈를 눌러 점프하는 트릭입니다.

여기서 알리란 보드의 뒷부분(테일)을 눌러 데크가 휘어지는 탄성을 이용해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동작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스케이트보드에서 보던 그 점프 동작을 스노보드에서 구현하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알리 연습을 할 때는 체중만 싣는다는 생각으로 테일을 눌렀는데, 너무 세게 누르면 데크가 눈에 박혀버리고 너무 약하게 누르면 점프가 안 되는 미묘한 감각을 익히는 데만 수십 번의 시도가 필요했습니다.

문제는 이 알리나 널리를 성공한 후입니다. 공중에서 180도 회전을 시도하면 필연적으로 착지 시 스위치 스탠스(Switch Stance), 즉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서게 됩니다. 스위치 스탠스란 자신의 주 스탠스와 반대로 보드에 서는 자세를 말하는데, 레귤러 라이더라면 구피 자세로, 구피 라이더라면 레귤러 자세로 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스위치 라이딩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트릭의 연속성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아무리 멋지게 점프를 성공해도 착지 후 밸런스를 잃고 넘어지거나, 급브레이크를 걸어 라이딩의 흐름이 뚝 끊기는 겁니다. 국내 스키장 이용객 중 스노보드 비율이 약 45%에 달하는데(출처: 한국관광공사), 중급 이상 보더들이 가장 많이 좌절하는 구간이 바로 이 스위치 랜딩 구간입니다.

진정한 그라운드 트릭의 완성도는 화려한 공중 동작이 아니라 착지 후의 자연스러운 연결에서 나옵니다. 알리 180을 하고 스위치로 착지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턴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 흐름, 그것이 바로 중상급 보더와 중급 보더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스위치 라이딩 연습, 제가 직접 부딪혀본 현실

머리로는 데크의 중심을 밟고 시선을 진행 방향으로 열어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스위치 스탠스로 슬로프에 서는 순간, 제 몸은 공포에 질려 완전히 굳어버렸습니다. 오른손잡이가 갑자기 왼손으로 정교한 글씨를 써야 하는 것처럼, 제 하체 근육들은 제가 내리는 명령을 철저하게 거부했습니다.

완사면에서조차 엣지 컨트롤이 안 되어 데크가 덜덜 떨렸고, 턴을 시도할 때마다 역엣지(Catch Edge)에 걸려 헬멧이 깨질 듯 눈밭에 처박히는 엉덩방아를 수백 번 반복했습니다. 역엣지란 의도하지 않은 엣지가 눈에 걸려 갑자기 보드가 멈추면서 앞이나 뒤로 넘어지는 현상인데, 스위치 라이딩 초기에는 이것이 정말 치명적입니다. 특히 스위치 상태에서 역엣지에 걸리면 방어 자세를 취할 시간조차 없어 뇌진탕이나 경추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저는 결국 기초로 돌아갔습니다. 스위치 낙엽 타기부터 다시 시작해서 비기너 턴, 너비가 넓은 슬라이딩 턴까지 처음 스노보드를 배울 때의 그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묵묵히 다시 밟았습니다. 반대쪽 하체 근육을 집요하게 단련하고 수백 번의 피멍과 근육통을 견뎌낸 끝에, 마침내 널리 180 후 스위치 스탠스로 부드럽게 엣지를 전환하며 내려왔을 때의 그 전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라이딩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것에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위치 스탠스는 라이더에게 가장 취약하고 불안정한 자세인데, 레귤러 스탠스에서의 베이직 턴조차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멋있게 보이려고 어설픈 알리를 뛰고 억지로 스위치 연결을 시도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라이딩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랜딩 직후 주변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속도를 줄여야 하는 필수 과정을 생략하게 됩니다. 이는 슬로프 아래에 있는 다른 라이더를 덮치는 인명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화려한 연계와 흐름의 완성도보다, 어떤 불규칙한 설면과 어색한 스탠스에서도 데크를 즉각 멈출 수 있는 제동 능력이 먼저입니다.

주요 연습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위치 스탠스로 평지에서 직진 연습 (밸런스 감각 익히기)
  • 완사면에서 스위치 낙엽 타기 (기본 엣지 컨트롤)
  • 스위치 베이직 턴 반복 (턴 반경을 점점 좁혀가며)
  • 알리/널리 없이 스위치로 전환하는 연습 먼저 진행
  • 마지막으로 알리 180 → 스위치 랜딩 → 턴 연결 시도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억지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과감하게 트릭을 접고 다시 완사면으로 돌아가 지루한 베이직 훈련에 매진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빠른 성장을 가져옵니다.

결론

스위치 라이딩은 단순히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기술이 아니라, 보드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기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트릭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진짜 중상급 라이더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스위치 연습에서 좌절하고 계신다면, 저처럼 다시 기초부터 천천히 쌓아올리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급하게 가려다 다치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기반을 다지는 게 결국 더 빠른 길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Dd-VZwsn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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